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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기술/퇴사&이직

면접을 준비하며 내 일을 다시 내 말로 설명해본다

박세식 2026. 6. 25. 00:00

퇴사와 이직 준비 시리즈 8/9

면접을 준비하려고 하면 결국 내가 해온 일을 다시 말로 설명해야 한다.

이력서에는 어느 정도 정리된 문장이 들어간다.

정산 자동화.

광고 운영 플랫폼.

통합 운영 콘솔.

Redash 대시보드.

인프라 비용 정리.

이렇게 적어두면 일단 항목은 보인다. 그런데 면접에서는 항목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가 실제로 물어볼 것이다.

"그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셨나요?"

"왜 그렇게 만들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성과를 숫자로 말할 수 있나요?"

이 질문들 앞에 서면 갑자기 막막해진다.

내가 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할 말은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일을 어떤 순서로 말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어떤 표현이 내 말처럼 들리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한 일을 내가 설명하는 게 왜 어려울까

회사 안에서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많았다.

운영팀은 정산이 왜 힘든지 알고 있었다. 카드 부분취소와 환불 예외가 왜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광고 운영에서 거래명세서와 ERP 등록이 얼마나 번거로운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는 한마디면 통했다.

"이거 자동화됐어요."

"이제 여기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엑셀 다운로드는 잡으로 돌게 바꿨어요."

그 정도면 됐다.

그런데 면접에서는 그 말이 통하지 않는다.

면접관은 우리 회사의 상황을 모른다. 운영팀이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모르고, 수작업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모른다. 정산 룰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왜 예외 처리가 중요한지, 왜 단순한 관리자 페이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차이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다시 설명해야 한다.

문제부터 설명해야 하고, 그 문제가 왜 중요했는지도 말해야 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말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내가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오래 일한 회사의 맥락을 낯선 사람에게 짧게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AI가 만들어준 말이 내 말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

요즘은 AI 에이전트에게 정리를 많이 맡긴다.

프로젝트 내용을 던져주면 그럴듯한 문장으로 정리해준다. 성과도 정리해주고, 면접 답변처럼 만들어주고, 이력서 문장도 다듬어준다.

도움이 된다.

혼자 빈 문서를 보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흩어진 경험을 구조화해주고, 숫자를 어디에 놓으면 좋을지도 알려준다.

그런데 문제도 있다.

AI가 만든 문장이 가끔 내 말 같지 않다.

너무 매끈하거나, 너무 단정적이거나, 내가 실제로 느낀 것보다 더 자신 있게 말한다. "주도", "리딩", "전략", "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문장은 좋아 보이지만, 어떤 문장은 내가 실제로 말하기에는 어색하다.

그래서 계속 고치게 된다.

이건 아니다.

이건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이건 내가 쓰는 말이 아니다.

이건 같이 한 일을 혼자 한 것처럼 들린다.

이런 식으로 막아내고 지우고 다시 쓴다.

어쩌면 면접 준비도 비슷한 일인지 모르겠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말할 수 있는 문장만 남기는 일.

숫자는 있는데, 말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정리해둔 숫자들은 있다.

정산 처리 4~5시간이 30분으로 줄었다.

입점비 관리 2시간이 10분으로 줄었다.

카드 부분취소와 예외 검수 2~3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줄었다.

거래명세서 처리와 ERP 등록 시간도 줄었다.

AWS 비용과 리소스 규모도 정리했다. Aurora 클러스터, Lambda 함수, CloudFront, S3 비용 증가, ECS 비용 절감 같은 자료도 있다.

이 숫자들은 분명히 필요하다.

면접에서 "많이 좋아졌습니다"라고만 말하면 부족하다.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숫자를 모아놓는다고 바로 답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산 처리 시간이 줄었다는 숫자 뒤에는 운영팀의 수작업이 있다. 입점비 관리 시간이 줄었다는 숫자 뒤에는 자동이체 내역을 사람이 옮기던 흐름이 있다. 대용량 엑셀 다운로드 뒤에는 API Gateway 29초 한계와 Lambda 타임아웃 문제가 있다.

숫자는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면접에서 필요한 것은 그 숫자가 나오기 전의 문제와 판단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숫자가 아니라, 이미 있는 숫자를 내 말로 설명하는 연습인 것 같다.

질문을 예상하면 일이 다시 보인다

면접 질문을 예상해보면, 내가 해온 일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가장 큰 기술적 의사결정은 무엇이었나요?"

이 질문에는 대용량 엑셀 다운로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요청하면 바로 내려주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API Gateway와 Lambda 시간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동기 응답을 포기하고, 잡을 만들고, S3에 파일을 올리고, 사용자가 진행 상태를 확인하게 하는 구조로 바꿨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히 "엑셀 다운로드를 만들었다"보다 낫다.

"비즈니스 임팩트가 있었나요?"

이 질문에는 정산과 입점비, 예외 검수 시간이 줄어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다만 숫자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수작업이 줄면서 운영팀이 덜 버티게 된 점을 같이 말해야 할 것 같다.

"협업은 어떻게 했나요?"

이 질문에는 운영팀, 정산팀, CS, 재무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내가 혼자 머릿속으로 문제를 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을 듣고 예외 케이스를 받아서 시스템으로 옮겼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겠나요?"

이 질문에는 베이스라인 측정을 더 명확히 문서로 남겼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백엔드 구조를 선택한 이유도 처음부터 ADR로 정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운영자가 직접 룰을 수정할 수 있는 UI까지 고려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질문으로 나눠보면 조금 낫다.

내 일을 한 번에 정리하려고 하면 막막한데, 질문 하나에 하나의 장면을 붙이면 말이 된다.

하나님 앞에서 내 일을 다시 보는 이유

이 글의 제목에 하나님 앞에서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던 이유는 거창한 신앙적 결론을 내고 싶어서가 아니다.

면접 준비가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건드리기 때문이다.

내 일을 설명하다 보면 자꾸 평가받는 기분이 든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내 경력이 괜찮게 보일까,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이 경험이 다른 회사에서도 의미 있게 읽힐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일을 사람의 평가 앞에만 가져가게 된다.

면접관이 어떻게 볼까.

채용 담당자가 어떻게 읽을까.

서류에서 걸러지지 않을까.

이 질문들이 계속 앞에 선다.

그런데 그 전에 하나님 앞에서 내 일을 다시 봐야 할 것 같았다.

하나님 앞에서 본다고 해서 모든 일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해온 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버틴 시간.

밤과 주말에 대응했던 시간.

운영팀의 답답함을 듣고 하나씩 시스템으로 옮겼던 시간.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자리를 지켰던 시간.

그리고 지금 그 시간을 다시 설명 가능한 말로 바꾸고 있는 시간.

이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가져가보는 것이다.

면접 답변은 나를 증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정리하는 문장

면접 답변을 만들다 보면 자꾸 나를 증명하려고 한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

내 경력이 애매하지 않다는 것.

내가 개발자인지, 리더인지,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 마음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는 나를 설명해야 하고, 회사는 나를 평가한다.

하지만 면접 답변이 모두 증명하기 위한 문장이 되면 부담이 커진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방어처럼 느껴진다. 숫자가 부족하면 불안하고, 표현이 약하면 떨어질 것 같고,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내가 애매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면접 답변은 나를 증명하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해온 일을 정리하는 문장이다.

정리된 사람만 말할 수 있다.

무엇을 했는지.

왜 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어디까지가 다음 회사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경험인지.

이것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필요하다.

면접을 통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다음 일을 향해 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직 완성된 답변은 없다

솔직히 아직 면접 답변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질문을 예상해보면 할 말은 있는데, 실제로 말하면 길어질 것 같다. 짧게 말하려고 하면 너무 단순해지고, 자세히 말하려고 하면 회사 내부 맥락이 길어진다.

이 균형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방향은 조금 보인다.

AI가 만들어준 멋있는 문장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말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

숫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숫자 뒤의 문제와 판단을 같이 기억하는 것.

내가 한 일을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내가 한 일을 너무 작게 만들지도 않는 것.

면접관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말이면서, 하나님 앞에서도 내 말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

그 정도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준비인 것 같다.

오늘은 내 말로 한 문장씩 바꿔본다

오늘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정산 자동화 경험을 한 문장으로 말해본다.

광고 운영 플랫폼 경험을 한 문장으로 말해본다.

통합 운영 콘솔 경험을 한 문장으로 말해본다.

인프라 비용 정리 경험을 한 문장으로 말해본다.

그리고 그 문장이 내 입으로 말했을 때 어색하지 않은지 본다.

어색하면 다시 고친다.

너무 세면 낮춘다.

너무 약하면 숫자와 판단을 붙인다.

내 말이 아니면 버린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할 것 같다.

면접 준비는 그럴듯한 말을 찾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해온 일을 낯선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다시 말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말이 하나님 앞에서도 내 말일 수 있게 다듬는 일이다.

아직 답변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하나씩 내 말로 바꿔보려고 한다.

Next Step 이 글은 StudyDad 작업 루프의 한 조각입니다.

글에서 정리한 생각은 GitHub의 코드와 포트폴리오로 이어지고, 일부는 FamBlend 같은 제품 실험으로 확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