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이직 준비 시리즈 7/9
이직 준비를 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이 끝없이 나온다.
업무와 프로젝트를 정리해야 한다. 최근 회사에서 발생한 이슈 중 내가 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도 남겨야 한다. 회사에 있을 때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나 맥락도 정리해야 한다. 포지션에 맞는 공고를 찾고, 공고에 맞게 이력서를 다시 보고, 제출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글로 쓰면 단순한데, 실제로는 꽤 지친다.
처음에는 해야 할 일이 보이면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영역과, 아무리 붙들어도 바꿀 수 없는 영역이 계속 섞여 있다는 것을.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하루가 쉽게 흐려진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은 꽤 구체적이다.
먼저 업무와 프로젝트를 정리해야 한다.
정산 자동화, 광고 운영 플랫폼, 통합 운영 콘솔, Redash 대시보드, 인프라 비용 정리 같은 경험을 다시 보고 있다. 단순히 "무엇을 만들었다"가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었고, 왜 그 문제가 중요했고, 내가 어떤 판단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리해야 한다.
최근 회사에서 발생한 이슈들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장애나 운영 이슈, 비용 문제, 인프라 관찰, 조직 안에서 반복된 문제 중에는 다음 회사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 지금 회사에 있는 동안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도 있고, 기억이 생생할 때 정리해야 하는 맥락도 있다.
회사에 있을 때만 가능한 것들은 지금 찾아야 한다.
나중에 퇴사하고 나면 확인할 수 없는 숫자, 당시의 판단 근거, 인계 문서, 운영 흐름, 비용 자료 같은 것들이 있다. 이직 준비는 밖으로 나가는 준비이기도 하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 경험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고를 봐야 한다.
포지션에 맞는 공고를 찾고, 그 공고가 내 경험을 어떻게 읽을지 생각해야 한다. 공고에 맞게 이력서를 다시 쓰고, 제출하고, 기다린다. 반응이 없으면 다시 다른 공고를 보고, 또 조정하고, 또 제출한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귀찮아져도, 지쳐도,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결과는 내가 바꿀 수 없다
반대로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서류 탈락은 내가 직접 바꿀 수 없다.
이력서를 고칠 수는 있지만, 그 이력서를 누가 읽는지, 어떤 기준으로 거르는지, 지금 회사가 정말 채용 의지가 있는지, 다른 지원자와 비교해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내 손 밖에 있다.
면접도 그렇다.
면접이 진행된다면 준비는 할 수 있다. 내 경험을 정리하고, 예상 질문에 답해보고, 내가 한 일과 함께한 일을 구분해서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면접관들이 어떤 관점으로 나를 볼지, 회사 안에서 어떤 우선순위가 바뀔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지금 회사에서의 퇴사 일정도 그렇다.
언제까지 일하게 될지,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 회사가 어떤 속도로 결정을 진행할지는 내가 완전히 바꿀 수 없다. 나는 인수인계와 정리를 성실히 할 수 있지만, 회사의 결정 자체를 내 뜻대로 만들 수는 없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안다.
그런데 마음은 자꾸 결과까지 붙들고 싶어 한다.
지쳐가고, 귀찮아지고, 예민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쳐간다.
처음에는 뭔가 해보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반복되다 보면 귀찮아진다. 이력서 한 문장을 다시 보는 것도 피곤하고, 공고 하나를 끝까지 읽는 것도 오래 걸린다. 플랫폼을 열어도 새로운 기대보다 피로가 먼저 느껴질 때가 있다.
재미도 없다.
이직 준비가 원래 재미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더 그렇다. 회사에서의 정리, 가족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부담, 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겹쳐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어렵다.
예민해지는 것도 있다.
작은 메일 하나, 상태값 하나, 불합격 표시 하나가 마음을 건드린다. 집에서도 여유가 줄어든다. 무슨 말을 들어도 넉넉하게 받아주기 어렵고,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반응하게 된다.
그런 모습이 싫지만, 그렇다고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덜 흔들리게 하는 루틴은 아직 없다
하루가 덜 흔들리게 하는 확실한 패턴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잘 모르겠다.
기도를 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 지원 과정에서는 빠져 있었던 것도 봤다. 산책이나 운동 같은 루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지원하는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요즘 내가 하는 것은 기록에 가깝다.
AI 에이전트를 써서 글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케이스 스터디를 다듬고, 지금 겪는 일들을 문서로 남긴다. 어찌 보면 이것도 또 다른 분주함이다. 마음이 불안해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의미 없는 분주함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기록으로 남기면 내가 무엇을 했는지 보인다. 막연한 감정이 문장으로 내려오면 조금은 다룰 수 있게 된다. 회사에서의 경험도, 이직 준비의 시행착오도, 지금의 마음도 흩어지기만 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실제 루틴인지, 불안을 달래는 방식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나님께 맡긴다는 말도 아직 잘 모르겠다
하나님께 맡긴다는 말을 더 현실적으로 정의해보라고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말로는 자주 한다.
하나님께 맡깁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세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로 가게 해주세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말이 오늘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흐릿하다.
지원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무 공고나 넣고 결과만 맡기겠다는 뜻도 아닐 것이다. 내가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맡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으로는, 내가 해야 할 준비를 피하지 않는 것.
동시에 결과를 내 힘으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 하나의 결과로 나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것.
이 정도까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정리 중이다.
하나님께 맡긴다는 말이 내 하루에서 실제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는 아직 더 정리해야 한다.
오늘은 구분하는 것부터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확신이 아니라 구분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내가 할 수 없는 일.
오늘 정리해야 할 경험.
오늘 내려놓아야 할 결과.
오늘 보내야 할 지원서.
오늘 기다릴 수밖에 없는 답변.
이것들을 한꺼번에 붙들면 하루가 무거워진다. 하나씩 나눠서 보면 그래도 조금은 움직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해야 한다.
업무와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회사에 있을 때만 가능한 자료를 챙기고,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고치고, 제출하는 일.
그 다음은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결과를 억지로 앞당길 수는 없다.
오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만 붙들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붙들 수 없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해보려고 한다.
완벽하게 맡기는 것은 아니어도.
흔들리면서 맡기는 것이라도.
지금은 그 정도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기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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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정리한 생각은 GitHub의 코드와 포트폴리오로 이어지고, 일부는 FamBlend 같은 제품 실험으로 확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