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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생각 정리

불안해서 만들었고, 만들어도 불안했다

박세식 2026. 7. 16. 12:00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기록 2/7

처음부터 많이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불안했다.

그래서 만들었다.

블로그 글을 만들었다.

incident RCA 문서를 만들었다.

Datadog 운영 가이드를 만들었다.

온보딩 audit 자료도 만들었다.

GitHub에는 repo가 하나씩 늘어났다.

새 파일이 생기면 잠깐 괜찮아졌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다른 것을 만들고 있었다.

불안해서 만들었고, 만들어도 불안은 줄지 않았다.

만들면 잠깐 안심이 됐다

새 파일을 만들면 안심이 됐다.

폴더가 생기고, README가 생기고, 커밋이 생기면 뭔가 정리된 것 같았다.

특히 회사에 남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컸다.

지금 정리할 수 있을 때 정리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 정리해둘 수 있는 경험이 있고, 나중에는 지금처럼 차분히 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내가 따라가지 못했다.

생산은 보였고, 체화는 잘 보이지 않았다

생산은 눈에 보인다.

파일이 보인다.

커밋이 보인다.

README가 보인다.

반면 체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지.

면접에서 막히지 않고 말할 수 있는지.

실제 업무에서 다시 꺼내 쓸 수 있는지.

그건 파일 목록만 보고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자꾸 더 만들었다.

만들면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기 때문이다.

많아질수록 더 흩어졌다

처음에는 자료가 부족해서 불안한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모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료가 많아서 불안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바로 꺼내 말하기는 어려웠다.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있었다.

RCA는 RCA대로 있었다.

Datadog 문서는 Datadog 문서대로 있었다.

각각은 정리되어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하나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서는 많아졌는데, 내가 더 선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쌓였지만 달라진 건 아니었다

파일이 쌓였다고 내가 바로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내가 다시 설명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고, 다음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했다.

그 지점까지 가지 않으면 파일은 남아도 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불안은 다음 파일을 만들게 했다

불안할 때는 하나를 오래 붙잡기 어려웠다.

읽다가도 다른 생각이 났다.

이것도 정리해야 하는데.

저것도 repo로 빼두면 좋겠는데.

이 주제도 블로그가 될 수 있겠는데.

그렇게 다음 파일로 넘어갔다.

새 문서를 만들 때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설명하려고 하면 다시 막혔다.

그때 알게 됐다.

불안은 나를 움직이게 했지만, 한곳에 머물게 하지는 못했다.

오늘은 새 파일을 만들기 전에 흐름을 말해본다

그래서 오늘은 새 파일을 만들기 전에 하나의 흐름을 먼저 말해본다.

문장을 외우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한 순서대로 말해본다.

말이 막히면 그 부분을 표시한다.

그다음에 다시 읽는다.

오늘은 새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먼저 물어봤다.

이걸 지금 만들고 싶은 건가.

아니면 불안을 잠깐 덮고 싶은 건가.

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질문을 적어두었다.

오늘은 새 파일을 하나 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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