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정녕 이게 내가 뿌린거란 말씀이십니까

꼬부기아빠 2023. 8.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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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떤 극한 상황(남들에게는 보잘것없는 작은 문제 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문제)에 처하게 되면 제일 먼저 입으로 꺼내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여기까지를 입 밖으로 꺼내놓은 제 사고는 그대로 멈춥니다. 자기 할 일은 다했다 이거죠. 어떤 벌어진 상황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누가 상처를 받았든 말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머리란 녀석이 생각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고민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가 아프거든요. 아픈 것은 사절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게으른 머리에게 통증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를 얻었는지 모르겠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결과를 얻기까지 나는 어떤 선택을 해왔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제가 선택한 결과를 바로바로 반영하며 보여주는 물건을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게임이죠. 게임을 통해 제가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친구 녀석은 제 게임하는 것을 보더니 '넌 정말 주위에 아무 관심이 없구나' 라며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더군요.

 

현실에서의 길치, 방향치는 게임에서도 동일한 것 같습니다.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맞는지, 나가는 출구는 못 찾겠고, 정말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가이드 글이나 대사가 나올 때면 일단 아무 버튼이나 누릅니다. 이러니 게임을 하면 할수록 친구의 핀잔은 늘어만 갑니다. '아니, 이걸 왜 못 찾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 다 나왔는데 또 그냥 넘겼지? 대단하다 진짜'

 

게임은 주어진 미션,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이를 클리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 내 캐릭터가 처한 상황, 환경과 주위에 관심을 갖고 단서들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제 현실의 문제를 바로 보는 태도, 이를 해결해 가는 사고의 흐름이 게임 내에서도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관심 있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고, 해결을 위한 중요한 단서들은 무시하고 제자리만 맴돌 뿐이죠.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치르기 전에 선생님께서 꼭 해주시던 '질문을 잘 읽어봐라. 질문 속에 답이 있을 수 있다'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 문제란 놈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왜?' 라는 질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던져, 현재 드러난 문제를 파고 파고 또 파서 근본적인 핵심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에 의한 문제점을 찾았다면, 이제 이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선택하고 결론을 내리면 됩니다.

 

현재 제 문제 해결(?) 방식은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만 화들짝 놀라 제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을 합니다. 쉬운 선택 중에는 문제를 덮어 놓는 방법, 미루는 방법, 누군가가 제 행동을 결정짓게 내버려 두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쉬운 선택의 결과는 어떨까요? 이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동일한 문제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저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소리칠 수 있고, 그 문제가 더 악화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상처가 곪으면 그 상처를 칼로 째고 고름을 다 제거해야 하죠. 칼로 째는 것이 무서워서 상처만 거즈로 덮어 놓고, 없는 상처로 생각한다면, 나중에는 그 상처 부위가 더 곪아 썩어 상처 부위보다 더 크게 절단해야만 하는 비싼 값을 치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제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레고 블럭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이 방향 잃은 문제들은 어느 순간에 어느 방향에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무섭습니다. 쉬운 선택을 해왔던 결과가 큰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 같아 두렵습니다.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한 사람이 걸어가고 이어 두 사람, 여러 사람이 걷다 보면 그 땅이 다져져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냅니다. 사고의 흐름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항상 쉬운 선택만 해왔던 저로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머리가 아프더라도 한 번의 발자국을 남겨 보고, 두 번 세 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의 통로를 만들어 언젠가는 잘 다져진 길을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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